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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와 추의 미학
저자 : 엄경희
ISBN : 979-11-5516-831-8
발행일 : 2018-09-28
정가 : 20,000
쪽수 : 392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학술부분) 우수도서 선정

 

 

인간에겐 되도록 아름다운 사물이나 사건을 대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이로울 것임에도 나는 왜 ‘하필’ ‘추’와 ‘추의 미학’에 매달리는가? 진정한 아름다움은 진귀한 반면 추는 오히려 일상 여기저기에 편재(遍在)해 있는 경험의 중요한 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경험되는 추는 한 존재에게 상처이며 고통이며 나아가서는 극복할 수 없는 공포이기도 하다. 추는 끔찍함을 넘어서 존재 자체를 무너뜨리는 불가항력적 폭력이며 악일 수도 있다.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생리학적으로 고찰해 볼 때 모든 추한 것은 인간을 약화시키고 괴롭힌다. 그것은 쇠퇴, 위험, 무력을 상기시킨다. 사실 인간은 그러한 것들 앞에서 힘을 상실한다. 추한 것의 영향은 검력기(檢力器)로서 잴 수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우울한 기분이 들 때마다 인간은 무언가 ‘추한’ 것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중략) 탈진, 묵지근한, 연로, 피로의 모든 징표, 경련이든 마비든 모든 종류의 부자유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체의, 와해의 냄새 · 빛깔 · 모양은 비록 단순한 상징 정도로만 약화된 것이라 할지라도―이 모든 것은 한결같은 반응, 즉, ‘추하다는’ 가치 판단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어떤 식으로든 우울한 기분이 들 때마다 인간은 무언가 ‘추한’ 것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는 니체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탈진과 무력감, 우울함과 맞물려 있는 추의 영향력에 예민해질수록 일상에서 속출하곤 하는 추를 물리치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게 나의 비관적 생각이며 그럴수록 ‘둔감함’이라는 이완(弛緩)의 지혜마저 ‘쇠퇴’의 피로에 함몰되곤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추의 미학에 관심을 두게 된 근원적 동기가 여기에 있다.

추의 미학이 현대시의 영역에 거침없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소위 1980년대 ‘해체시’로 명명되었던 황지우 · 박남철 · 장경린 · 장정일 · 최승자 등에 의해서이며, 이후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면 추의 미학은 미의 미학을 압도할 정도로 시인들의 상상력을 강력하게 자극하는 창작기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러한 추세로 미루어볼 때 미와 추의 이분법적 대립관계에 의해 정립된 가치론은 오히려 도식적인 것, 혹은 경직된 사유의 틀로 작용할 위험을 갖게 된다. 미와 더불어 추는 다만 하나의 형상이나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와 감각, 인식,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_ 저자 서문 중에서

Ⅰ부 : 추의 미학들
현대시 연구방법론 확장을 위한 ‘추의 미학’의 이론적 성찰

 

Ⅱ부 : 시학적 가능성
1980년대 시의 일상적 추와 내면적 추의 변증적 지양에 관한 소고
보론-1990년대 이후 현대시의 미적 경향성
1990년대 시에 나타난 ‘추의 미학’의 양상
1990년대 남성 시인들의 시에 발화된 언어적 추의 한계
박남철 시에 드러난 원한 · 인정투쟁의 방식과 의미
장정일 시에 나타난 추의 미학과 윤리의 상관성
캐리커처의 시학적 가능성
문정희 시에 내포된 불순한 신성으로서 에로티즘

 

저자 엄경희

 

1963년 서울 출생. 1985년에 숭실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화여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음.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매저키스트의 치욕과 환상-최승자론”으로 등단.
현재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저서로는 『빙벽의 언어』, 『未堂과 木月의 시적 상상력』, 『질주와 산책』, 『현대시의 발견과 성찰』, 『저녁과 아침 사이 詩가 있었다』, 『숨은 꿈』, 『시-대학생들이 던진 33가지 질문에 답하기』, 『전통시학의 근대적 변용과 미적 경향』, 『해석의 권리』, 『현대시와 정념』, 『은유』 등이 있음. 2014년 제3회 인산시조평론상을 수상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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