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는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에서 “불안정성이란 어떤 인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적ㆍ경제적 지원체계 탓에 남들보다 더 많이 고통받으며 상해, 폭력, 그리고 죽음에 더 많이 노출되는, 정치적인 문제로 초래된 어떤 상태”라고 정의한 바 있다. 가령 성 소수자가 느끼는 불안정성과 취업 준비생이 느끼는 불안정성이 동일한 메커니즘에서 생겨나는 감정임을 제시한 것이다. 이 점을 명확히 하지 못하면 개별 주체의 연대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처럼 살거나, 다른 삶을 살거나,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불안정성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지금처럼 산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린다면, ‘교차하는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은 곱씹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1장 ‘‘소수자’의 아카이브’에서는 근대 이후, 소수자 되기 혹은 소수자 정체성의 가능성에 주목한 논문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 수록된 네 편의 글은 여성을 중심에 놓으면서도 생물학적 여성이란 범주를 넘어서, 소수자 사이의 연결 방법을 탐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그 연대의 대상은 다르지만, 주체의 개별성에 주목하며 근대 권력과의 대항 가능성을 자기의 신체로부터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할 여지를 주고 있다.
2장 ‘문학으로 재현된 여성의 목소리, 다시 듣기’에서는 고전문학에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된 ‘성(性)’을 다룬 네 편의 논문을 싣고 있다. 이 네 편의 글은 신화, 소설, 제문 등 다양한 고전문학 속의 ‘소수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누구나 바라보는 이른바 정답이라고 할 만한 시선이 아닌, 새로운 시선에서 텍스트의 해석에 집중한 글들을 읽다 보면, 세기를 넘어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전하는 ‘재현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된다.
3장 ‘언어 속의 젠더 권력’은 ‘성별’이라는 요인이 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연구한 세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세 편의 글에서 성별 발화에 나타난 차이가 어떤 양상으로 확인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말’에 언어 사용자의 인식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탐색해 볼 수 있다. 이때 남성과 여성을 대하는 언어 사용자의 태도가 성숙해졌다는 결과와 여전히 여성에게 성적대상화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언어 속 젠더’에 대해 스스로 더 깊이 있게 고찰해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
/ 1장 / ‘소수자’의 아카이브
- 문학과 사건 [권영빈]
『82년생 김지영』으로 바라본 정동 장치로서의 소설과 문학주체 되기
- 허수경 시에 드러나는 헤테로토피아와 생태적 상상력 [김지율]
- 죄의식이 구원에 이르기까지 [이시성]
최인훈 소설에 나타난 ‘전쟁-여성’ 모티프의 변모 양상을 중심으로
- 횡단하는 사이보그:여성ㆍ노인ㆍ동성애자 [최병구]
윤이형 소설을 중심으로
/ 2장 / 문학으로 재현된 여성의 목소리, 다시 듣기
- <지장본풀이>의 공간과 의미 층위 [권복순]
- <화산선계록>에 나타난 조력자로서의 비복(婢僕) [김민정]
비취ㆍ비운 남매를 중심으로
- 경남 진주의 여성 한글 제문 연구 [김정호]
진주 지역 창자의 제보 자료를 바탕으로
- 남성성의 관점에서 살펴본 남성성의 관점에서 살펴본 『창선감의록』의 형제 다툼의 양상과 의미 [윤정안]
/ 3장 / 언어 속의 젠더 권력
- 핵심어 분석을 통한 성별 발화 특성 연구 [강민정]
- 남녀 관련 신어의 변화에 대한 고찰 [강현주]
2005년부터 2019년까지의 신어를 대상으로
- 여성어의 의미 가치 하락 [박시은]
참고문헌
논문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