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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 쉽게 읽기-옛사람의 사랑과 욕망-
저자 : 이정선 지음
ISBN : 979-11-6587-594-7 93810
발행일 : 2024-02-28
정가 : 15,000
쪽수 : 216

 

우리 고전인 향가나 고려가요, 시조, 판소리, 민요도 그 당시에는 대중들이 즐겨 부르던 유행가요였다. 이처럼 지금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은 그것이 쓰인 당시에는 가장 통속적인 언어로 백성들의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시대가 지나다 보니 ‘고전’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런 원리라면 미래의 노래 또한 현재의 노래가 되고, 과거의 노래가 되는 셈이다.

‘고전시가’라고 하면 왠지 고서점 책장에 꽂혀서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좌표일 뿐 현재 우리와는 거리가 있는 세계로 치부하기 쉽다. 그것은 고전을 연구하는 전공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일반 대중과는 별개의 영역이요, 옛시대의 이해하기 어려운 노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학창 시절 우리에게 고전 작품은 감상의 대상이 아닌 늘 시험이라는 목적을 가진 부담스러운 과목으로 접했던 기억이 있다. 고전 작품을 해석하려면 옛말로 쓰인 표기법을 외국어처럼 우선 익혀야 하는 수고가 필요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들이 고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비화하여 고전 작품을 기피하게 되는 이유도 한몫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만약 이것이 원인이라면 이런 장벽을 벗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고전시가 작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어로 바꾸어 제공하고, 거기에 담긴 정서와 감정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고 표현의 차이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모든 작품을 원전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현대어로 풀어서 제시하려고 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가요와 가곡, 현대시와 소설, 영화와 광고 등 다양한 재료를 버무려 작품 해석의 도구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 자신을 지나온 시간 앞에 투영하는 계기도 되었다.

이처럼 고전시가는 먼 옛날의 노래가 아니라 오늘 우리들의 삶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세계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다. 인생은 연습이 없다고 한다. 한 번 사는 인생, 그 인생의 기승전결이 실전이고 결과가 되는 셈이다. 문학은 누군가의 삶을 대신 체험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살아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걸어가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것이 문학을 사랑하고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이다. 모쪼록 이 책이 고전시가를 어려워하는 이에게 쉽게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머리말

 

1부 아련한 추억

가시렵니까? 지난날 우리의 추억은 아무것도 아닌 건가요 <가시리>

뱃사공, 그는 무슨 죄인가? <서경별곡西京別曲>

그건 오해야! 정말 오해야! <정과정鄭瓜亭>

 

2부 간절한 소망

이룰 수 없는 욕망, 그대 곁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라 <정석가鄭石歌>

당신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벼락 맞아 죽어도 좋아 <이상곡履霜曲>

삼백예순날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동동動動>

 

3부 불붙은 정열

불타는 정염情炎, 그 애잔한 여운이 <만전춘 별사滿殿春別詞>

솟구치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라 <쌍화점雙花店>

처용! 전염병을 노래와 춤으로 다스리다 <처용가處容歌>

아스라한 절벽 끝에 숨어 있는 향기를 찾아서 <헌화가獻花歌>

 

4부 지난날의 후회

어머님! 그 이름 목메어 불러봅니다 <사모곡思母曲>

꼭 그 강을 건너야 합니까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돌리도! 나의 청춘이여 <청산별곡靑山別曲>

같은 나무에서 자라온 가지,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제망매가祭亡妹歌>

이정선

옛 유적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 가면 새로 보수된 건축물보다는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돌계단이나 오래된 나무에 눈길이 더 간다. 손으로 만져 보거나 귀를 가만히 대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느덧 귓가에 수백 년 전 선인들이 걷던 발걸음 소리와 그들이 나누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옛사람들을 이런 방법으로 만난다. 

중국 것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던 때에 조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 사람들을 주목하여 「조선 후기 한시의 조선풍 연구」로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시대를 거슬러 고려 시대 사람들의 사랑과 욕망을 엿볼 수 있는 고려가요를 탐구하였다. 10여 년의 결과물을 『고려시대의 삶과 노래』로 출간하였다. 이번에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고전시가 쉽게 읽기』는 교양서이다. 일반 독자들에게 고전시가라는 이름으로 손을 내민다. 맞잡은 손이 옛날과 지금, 미래를 알아가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호서대학교에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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