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학술부분) 우수도서 선정 

한시는 작자의 지고한 사상과 감정을 상징적으로 축약해 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천시 전체를 읽어보지 않고 일부 시만 읽고 그의 시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방대한 양의 매천 시를 보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매천 선생의 시문학에 스며들어 있는 사상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매천사상은 선생이 살아온 환경과 삶의 추이에 따라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이 유교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매천의 시문학의 기본 사상은 유학을 기조로 하고 있다. 매천사상은 그 저변에 불교 사상도 있긴 하지만 필자는 매천사상을 유학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본 우국사상, 도가적 은일사상, 역사학자로서의 역사․문화 의식, 교육자로서의 교육사상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학위논문의 연구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선생이 쓴 시를 가지고 매천사상을 연구하고 규명하는 작업은 쉽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이유는 매천의 불교 사상은 물론 동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나타난 동학사상까지 포함하는 방대한 양의 시를 6개의 사상으로 나눠 분류하고 추출하여 통시적으로 살펴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천사상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시의 창작 연대를 밝히고 시의 창작 배경을 바탕으로 전고(典故)와 시문을 분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선생의 산문은 물론 선생의 주변 인물들의 문집까지 살펴보면서 선생의 ‘사상적 경향과 현실인식’을 연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논문의 생명은 무엇보다 독창성과 참신성일 것이다. 매천 시를 최초로 완역한 후 이것을 총망라하여 쓴 필자의 학위논문은 기존의 논자들이 인용한 시들을 가능한 배제하고 새로운 시들을 추출해 인용하려 하였다. 당대 제일의 지성인답게 선생의 시문에는 유난히도 많은 고사가 인용되어 있어 사유의 깊이를 전해 주고 있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나라 사랑의 방법과 생활의 지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매천 선생의 시문과 『매천야록』이나 『동비기략초고』, 『오하기문』 등을 읽고, 일제에 의해 망국으로 치달아가는 조선 말기의 주권 침탈을 개탄하고 통곡하는 선생의 글들에 공감하곤 하였다. 우리는 ‘과거의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그 과거를 다시 경험하도록 단죄 받는다’는 George Santayana(1863~1952)의 글을 상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은 물론 기업도 국가도 자칫하면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이 쓴 시문을 총망라하여 분석해 놓은 이 책은 한국과 중국의 문학과 역사는 물론 선생의 생존 당시인 조선 말기의 문학과 역사와 사상을 파악하는 데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업이 쌓여 훗날 매천에 대한 평전을 정리하는 데 초석이 되리라 본다. _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