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아내와 함께 23일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갈릴레오 유적 탐방을 일기 형식으로 쓴 것이다. 이 여행은 70대 후반인 나와 70대 초인 아내가 마치 10여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2~30대 젊은이들의 배낭여행과 별 다름이 없다. 처음에는 이 책을 2010년에 출판하려고 계획했었지만, 이렇게 늦어진 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첫째로,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천문관측을 처음 시작한 것은 1609년이었다. 그러니까 2009년이 400돌을 맞는 해였기 때문에 UNESCO는 2009년을 <세계 천문의 해>로 선포했다. 이것이 선포되는 과정에 나는 국제천문연맹 천문학사위원회의 위원장의 자격으로 참여한 바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세계 각국에서 행해지는 각종 기념행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여러 행사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의미를 주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두 행사였다. 나는 이 두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기회로, 갈릴레오의 생가를 비롯하여 그와 관련이 있는 지역과 유물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둘째로, 그의 저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하늘의 메신저)』의 발간이다. 갈릴레오는 그가 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를 다음 해인 1610년에 라틴어로 출판하였다. 이 책이 만약 이때에 출판되지 않았다면, 2009년의 최초의 천체관측으로 인한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갈릴레오 외에도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갈릴레오를 망원경을 사용한 위대한 관측천문학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을 갈릴레오가 저술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갈릴레오가 얼마나 탁월한 관측자였던가를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정확하고 자세한 서술에 압도당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2009년에 갈릴레오의 유적 탐사와 그와 관계된 사료를 조사 연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이제 『400년 만에 갈릴레오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나와 같은 테마 있는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일종의 여행안내서로서 그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되리라고 믿는다. _ 일러두는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