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학총서-이론편 5
이 책은 점필재연구소가 2014년 전반기에 진행했던 콜로키엄 “주자학의 소환과 조선의 문명” 총 8강의 결과물이다. 조선을 주자학 국가라 흔히 말한다. 조선은 주자학을 사상적 근간으로 삼아 신라나 고려와 다른 질서를 세웠다. 국가 운영의 안정적 지속을 위한 교육과 인재 등용, 각종 법률 그리고 향촌과 가정에서의 예법 등 공적․사적 삶의 근거가 주자학에 있었다는 점에서 틀린 말이 아니며 조선을 바로 보기 위해 주자학이 현재의 관점에서 소환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기획의 의도였다.
4차 산업, 인공지능 등 상상할 수 없었던 물상들이 주도하는 21세기에 주자학은 어떤 의미일까? 이미 20세기에서도 주자학이란 국가의 몰락을 불러온 당쟁의 원흉으로서 달갑지 않은 유산으로 지목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화이(華夷)의 구분”, “위정척사” 등 흑백논리와 이념대립의 원류에 주자학이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자학은 수백 년에 걸친 독자적 역사와 사상의 축적이며 이를 결과론적 시각에서만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주자학을 중심으로 수백 년 동안 이어진 학술의 구체상을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문화의 과정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주자학의 고전을 중심으로 진행된 토론과 여론 수렴의 과정은 ‘문명’의 관점에서 이해하야만 할 것이다.
고전번역학을 탐구해온 점필재연구소 고전번역학센터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주자학의 고전이 조선에서 해석되고 실천된 양상을 경학, 한문학, 철학, 역사학, 어학의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구성하고자 했다. 이 책의 전체 여덟 항목은 6편의 보편적 주자학 고전과 조선에서 형성된 2편의 고전으로 이루어져 있다.